이글루스


지들끼리 하겠다는 결혼식, 왜 욕먹을까?

 
  인터넷에 권상우와 손태영의 결혼 기사가 떴다. 이번에도 역시나 다른 연예인들처럼 비공개로 하는 모양이다. 사실 예전이야 결혼식하면 동네 사람들 다 와서 축하해주고, 지나가면 길손도 와서 밥 한 끼 얻어먹고 했다지만 요즘은 안 그렇다. 결혼식은 더 이상 공적인 행사가 아니라 사적인 일이 되었다. 그건 비단 연예인 결혼식만 그런 것은 아니다. 연예인 아닌 일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기 결혼식에 지나가는 아무나 초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결혼식은 가족들, 친지들, 친구들, 일을 관계로 맺어진 사람들, 사적으로 아는 사람들만 와서 벌이는 잔치가 되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하필 연예인들의 비공개 결혼식을 욕할까? 연예인도 사생활이 있다. 결혼식은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그 중요한 순간을 자기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일까?

  그 판단을 내리기전에 연예인과 대중의 관계를 잠깐 살펴보자. 연예인은 연예인이 아닌 사람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컨텐츠를 사주는 수요층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연예인은 연예인으로서 살 수 있는 법이다. 그런 만큼 연예인은 수요자들에게 서비스(여기엔 보는 시각에 따라서 결혼식도 예외일 수 없다)를 제공해야 한다. 대중은 연예인이 들어가 있는 컨텐츠를 구매함으로써 연예인이 제공해주는 환상을 사는 것이다. 이것은 철저히 교환적이다. 간단히 말해서 대중은 연예인에게 돈을, 연예인은 대중에게 환상을 준다. 이것이 연예인과 일반인의 본질적인 관계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결혼식을 사적(私的)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건 사람들도 그건 다 안다. 하지만 사람들이 비공개 결혼식을 하는 연예인을 진짜 욕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연예인이 일반 대중과 자신들을 가르려고 하는 데서 오는 괘씸함이다(아니, 누가 키워준 건데). 톱스타 연예인들은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 그건 다 대중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런데 대중들이 만들어 준 부로 연예인들은 결혼식을 호화스럽게 한다. 그런 결혼식의 호화스러움과 비공개라는 결혼식의 형식은 여지없이 대중들의 환상을 깨놓는다. 드라마와 예능프로에서 털털한 모습을 보여줬던 연예인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옆집 오빠, 누나처럼 편했던 연예인들은 일순간 사회 부유층이 되며 우리와 다른 인간이 된다. 털털한 이미지와 인간적인 모습에 친근함을 느끼고 컨텐츠를 사주었던 대중의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아니. 그게 다 가식이었다니.

  그런데 사실은 그런 인식론적 오류는 당연하다. 대중들은 결코 연예인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다. 언제나 TV 브라운관이나 영화관의 스크린을 통해서 그들을 볼 뿐이다. 그들은 그 안에서는 우리의 친구일지 몰라도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연예기사에 나온 삼각 김밥 먹는 이영애도 다 웃기는 소리라는 말이다.

  다시 결혼식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게다가 결혼식엔 연예인과 대중뿐 아니라 다른 단체가 하나 개입된다. 그건 바로 대중 매체이다. 그들에게 있어 연예인의 결혼식은 좋은 재료다. 조금만 가공하면 잘 팔리기 때문에. 그런데 연예인이 돌연 비공개 결혼식을 선언한다. 결혼식을 기대하며 입맛을 다시고 있던 그들로서는 열 받는 상황이다. 그래서 신문사는 못 먹는 감에 재를 뿌려버린다. 다시는 앞으로 연예인들이 건방지게 비공개 결혼식을 못하도록 본보기를 삼는 것이다. 신문사는 여론의 분노를 잘 이용한다. 대중과의 단절을 선언한 연예인들에게 느끼는 분노를 이용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다(권상우-손태영 결혼식 기사의 표제가 '권상우-손태영, '10m 밖에서 지켜보세요.'…철통보안 진행'이었음을 음미해보시길 바란다. '철통보안'이라는 말에 숨겨진 의미도 함께).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연예인의 결혼식이라는 문제에는 동상이몽을 꾸는 3개의 축이 개입돼 있는 셈이다. 브라운관 안에서는 철저히 계산된 행동으로 돈을 벌고 나서 현실 세계에서는 철저히 대중과의 단절을 선언하는 연예인. 연예인을 이용해 돈을 벌려했으나 그것이 뜻대로 안되자 여론을 이용해 못된 심보를 부리는 대중 매체. 그리고 돌연 단절을 선언한 연예인에 배신감을 느끼나 여전히 연예인에 관심을 끊을 수 없는 일반 대중. 연예인의 결혼식장은 각각 다른 힘의 방향을 가지고 있는 이 3개의 벡터가 만나 한데 어우러지는 현장이다.

by 개매 | 2008/09/28 18:58 | 자유발언 | 트랙백(3) | 덧글(3)

트랙백 주소 : http://gaemae.egloos.com/tb/88434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Ambien lates.. at 2009/02/28 07:33

제목 : Side effects of ambien cr.
Ambien side effects....more

Tracked from Cialis best .. at 2009/03/01 06:36

제목 : Buy cialis.
Buy cialis phentermine. Buy cialis....more

Tracked from Ambien cr ad.. at 2009/03/02 07:54

제목 : Photo ambien 10 and ambien c..
Ambien cr addiction. Crossroads film festival view topic shop ambien cr. Buy ambien cr. Ambien cr....more

Commented by 호박꽃 at 2008/09/30 09:09
그렇군요..ㅎㅎ
그래서 저같은 '예능의 환상'을 사지 않는 사람들은 저런 결혼식을 보고도 아무 감흥이 없나보네요.. ㅎㅎ
Commented by 개매 at 2008/09/30 11:50
이럴수가. 너 오님이잖아 ㅋㅋㅋ
Commented by 박혜연 at 2008/12/20 20:36
맞아요! 우리나라 톱스타급연예인들은 하나같이 최상류층축에 끼어들게되어 결혼식도 화려해야하고 웨딩드레스도 수천만원짜리내지 수억원짜리 웨딩드레스를 입고해야하고 예식장도 최고급호텔이나 하우스웨딩홀이 아니면 안하는추세가 연예인결혼문화의 트렌드얘요! 이웃나라 일본을 보세요? 일본에서도 수억원을 벌인 톱스타급 일본연예인이 호화결혼식을 하는거 봤냐고요? 전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생활을 하지! 있다해도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어쨌든 비공개결혼식이건 공개결혼식이건 너무 호화스러운 결혼식은 자제해야할듯해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