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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뿌리들 1, 이정우, 산해, 2008

 

 

 
  '개념-뿌리들'이란 책 제목처럼, 이 책은 개념의 뿌리를 찾는 내용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인가-_-? 구체적으로 말하면 철학에서 많이 쓰이는 개념들을 역사적으로 고찰해보는 개념사(槪念史)를 다루는 책이다. 철학에서 쓰이는 개념들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사실 철학에서 많이 쓰이는 기본 개념들은 어렵다기보다는 오히려 우리에게 친숙한 개념들이다. 예를 들어 '원리', '원인', '자연', '운명', '필연', '우연', '존재' 등. 이런 단어들은 우리가 너무나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며, 아마 이 개념들의 의미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철학이라는 학문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친숙한 개념들을 깊이 고찰해보고 음미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이런 단어들에는 너무도 많은 의미와 역사적 배경들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혼자 개념들의 뿌리를 찾는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철학, 역사학, 언어학, 논리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개념을 다루는 모든 영역의 학문에다 영어는 물론이고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라틴어에 헬라스어까지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만 우리에겐 이걸 다 공부해서 쉽게 얘기해주는 이정우씨가 같은 사람이 있기에 뿌리들을 개괄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저자의 논리와 해박한 지식을 따라가다 보면 감탄의 연속이다. 사실 개념들의 역사적 맥락을 쉽게 설명해준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고맙게도 최대한 노력해주고 있다. 그렇게 쉽지는 않지만 한 줄, 한 줄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사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기본적으로 철학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사에 이해가 부족한 부분은 마치 구멍이 뚫린 듯 이해가 안 된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논리와 맥락을 따라가는 데 큰 무리가 없기에 초보자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 깊이의 내용을 이것보다 더 쉽게 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너무 쉽게만 쓰려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생기기고 하고. 

  이 책을 보면서 얻은 큰 수확이 몇 가지가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내가 학문의 전체상을 보던 시각이 완전히 깨졌다는 것이다. 지금은 일단 해체된 상태지만 언젠가는 다시 폭넓게 일으켜 세워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동안은 학문의 전체상을 보는 일을 굉장히 쉬운 일로 여겼는데 생각만큼 그리 만만하지 않은 것 같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정말 어려운 일 같다. 흄으로 인해 독단의 잠에서 깨어난 칸트처럼, 나도 이정우씨 덕분에 독단의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이 점 이정우씨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이건 여담인데 요즘은 보는 책마다 족족 저자한테 고맙다. 내가 돈 주고 사서 보는 책인데 저자한테 고맙다는 게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책 값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 같아서 학문의 대중화에 힘쓰는 항상 저자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책을 보다보면 이정우씨가 추구하는 학문에 대한 엄밀한 자세와 노력, 성실성을 엿볼 수 있는데 이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 쉽거나 만화책처럼 재밌는 책은 아니지만 이래저래 좋은 책이다. 다만 학문을 알아가는 재미는 충분히 있는 책이다. 

by 개매 | 2008/09/28 00:22 | 책느낌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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