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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서양사, 남경태, 그린비, 1999

 

  모든 학문의 기본은 역사다. 역사 중에서도 서양사는 어쩌면 동양사나 한국사보다 더 중요한 위상을 가지는 지도 모른다. 아니. 민족주의적 시각이나 감정의 문제를 배제한다면 사실 서양사의 중요성은 동양사나 한국사 이상이다(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 땅에 사는 사람으로서 실존적 정체성을 살필 수 있는 동양사나 한국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현대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근대 문명이 대부분 서양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양사는 아이러니하지만 우리의 역사일 수 있다. 사실 이런 관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한국사를 한국의 역사 문제로만 국한시켜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조선후기와 개화기, 일제 강점하를 거치는 동안의 한국(물론 그 기간은 조선, 대한제국을 포함하나 통칭 한국) 역사는 극동 아시아의 작은 반도의 역사가 아니라 분명 세계사의 일환으로서의 역사였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서양사 책은 서양에 대한 통찰뿐 아니라 한국 근대사에 대한 통찰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이다. 세계사를 주도한 건 바로 서양이었고 그 세계사의 조류에서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꽤 놀랐다. 서양의 통사를 개괄적으로나마 살펴보는 것이 나에겐 꽤나 큰 지적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지적 충격이라는 건 통사를 읽음으로써 해서 얻을 수 있는 서양역사의 전체적인 상(像) 뿐 아니라 내 머리 속에서 파편화돼있던 역사지식이 모아지는 경험 등을 다 포괄하는 말이다. 고작 이 책 하나 읽고 지적 충격까지 받을 정도면 내 역사지식도 알 만 하지만 어쨌든 내 수준에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적절한 난이도의 책이었기 때문에 나에겐 더욱 의미가 있었다. 덧붙여 저자의 서술도 평이하고 곳곳에서 저자의 위트도 유감없이 발휘되기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이 역사서로서 정말 좋은 책인지,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내가 판단할 수 없는 일이다(물론 판단 자체는 개인적인 호불호 차원에서 가능하지만 그 판단이 정확한 지에 대해 내가 자신이 안 서기 때문에). 다만 나는 이 책에서 통사로서의 역사의 중요성을 알게 됐으며 역사적 사실에 대해 한 발자국이라도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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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매 | 2008/09/24 00:06 | 책느낌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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