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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김형경, 예담, 2006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일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사물을 차갑고 객관적으로 보는 일에 익숙했다. 그것은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선택하면서 더욱 공고해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최근 1-2년 사이에 관심을 조금 가지게 된 생물학이나 진화생물학에 빚지고 있는 바가 클 것이다. 생물학은 내 시야를 한층 넓혀주기도 했지만, 생물학적 관점이 내 생활 안에서도 작용하는 부분이 커져버려 역설적으로 못 보고 지나쳐 버리는 것 또한 많아지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생물학적인 인간관에 너무 집중해서 세상을 보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인문학적인 인간관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보는 눈은 증발해버리고 만 것이다. 인간을 보는 큰 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 두 관점은 언제나 내 머리 안에서 혼란을 일으켰지만 대부분의 경우 승자는 냉정함과 이성으로 대표되는 생물학이었다. 하지만 두 축의 대립은 그렇게 쉽게 결론지어질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생물학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지만 그 중심은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흔들리기 일쑤였다. 나는 이제껏 내 안에서 일어났던 이런 혼란들이 나의 미성숙함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그 믿음이 틀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 안의 부조화를 조화롭게 하려는 노력을 경주하며 살고 있었다. 언제나 일관된 방식과 시선으로 살 수만은 없는 것이 바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두 인간관의 비율 배합 따위는 아닐 것이다. 두 시선을 한 자아에 부드럽게 녹여내는 것. 그리고 그것이 상황과 자리에 맞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 정말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게다가 그 시선들이 모아져 이루어내는 합집합이 세상의 대부분을 껴안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바람직하며 보람된 자아의 모습이며 시선이 아닐까.

by 개매 | 2008/12/30 23:18 | 책느낌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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