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5일
생산적 책읽기, 안상헌, 북포스, 2005

#1 잡설
1주간의 시험 준비기간, 1주간의 시험기간을 마치고 2주 만에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책을 못 읽게 되는 지난 2주간이 무척 싫었다. 그래서 그런지 책도 읽고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진다. 심심하게 책 리뷰만 쓰려다가 그러긴 좀 아쉬운 감이 있어서 잡설을 덧붙여본다.
#2 2년 전
약 2년 쯤에 이 책을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나는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슬럼프에 빠져 있던 상태였다. 책읽기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지도 않고, 얻는 것도 없이 스트레스만 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의 책 취향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다름 아닌 문학을 배제하고 비문학만 줄창 읽어댄다는 것이다. 고전이나 깊이 있는 문학이라면 몰라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흥미 위주의 소설에서는 얻을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비문학은 세계를 보는 시야도 넓혀줄 뿐더러 전공 공부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메타-학문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나를 지치게 했고, 전방위의 책을 목적의식 없이 읽는 탓에 지식이 쌓이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이래저래 고민하고 있던 차에 '생산적 책읽기 50'라는 책을 만난 것이다. 어찌 반갑지 않았을까? 얻는 것 없이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회의감에 빠져있던 순간에 생산적으로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니.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그래. 난 그 동안 책 내용에만 집중했지 '책'이라는 매체와 '책읽기'라는 행위의 특성은 너무 도외시했어. 이런 생각에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지만 나의 기대와는 달리 남는 것은 실망뿐이었다. 1부(책읽기, 이렇게 하라)와 2부(책읽기, 이렇게 하면 안 된다)의 내용은 신선했지만 3부(지름길 독서, 입장을 바꿔보면 책읽기가 쉬워진다)와 4부(책읽기, 그 속에 길이 있다)의 내용은 내 입장하고는 좀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아마 완독을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3 2년 후
2년 만에 다시금 이 책을 집게 되었다. 완독을 못한 찝찝함 때문이기도 했고, 그것보다는 만만해보였기 때문이었다.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딱히 할 일도 없었고 조용히 머리를 식히고 싶던 차에 이 책이 문득 눈에 띄었다. 비록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여러 가지 느끼는 바가 컸다.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하나 좀 얘기를 해봐야겠다. 워낙 글 솜씨가 없어서 잘 정리가 될 진 모르겠지만.ㅋ
먼저 이 책을 다 읽은 입장에서 총평을 하자면 이 책은 '책읽기'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냐? 제목이 엄연히 '생산적 책읽기'인데.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책읽기'에만 관련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책읽기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와 그것을 어떻게 경영과 일에 연관시킬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즉,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 회사를 다니거나 경영, 사업에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책읽기를 통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책읽기를 하면 자기계발이 되고, 자기계발을 하면 재화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2년 전 사실 나는 그런 목적에서 이 책을 산 게 아니었다. 순수하게 어떻게 책을 읽어야 머리 속에 많이 남고, 지식인이 될 수 있는지 궁금했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고객만족이 나오고 경영이 나오니까 순수한 예과생이었던 내가 반감을 안 가질리 없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여가나 순수한 학문 탐구를 위한 책읽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책이다. 그런 사람들한테는 1부, 2부 정도만 유용할 뿐. 3, 4부는 시간낭비에 가깝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 서평에는 이 책에 별로 공감하지 못했다는 글이 있는 것이다. 사실 당연한 소리다. 이 책은 원래 여가나 학문 탐구를 위한 책읽기 방법을 소개해주는 책이 아니니까. 혜안이 있는 사람이라면 '생산적'이라는 말에서 자본주의 냄새를 맡았을 법도 하다. 그렇다면 어제 이 책을 읽은 나는 실망을 했을까? 안 했을까?
내 입장에서만 얘기하면 이 책은 꽤 괜찮은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의 구성이나 글 솜씨는 수준 이하이다. 그리고 저자의 인생관에도 100% 동의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와 나는 생각하는 방식이 닮아있다. 내가 이 책에 동감한 이유는 이거 하나이다. 아마 지금의 나라서 그럴 것이다. 굉장히 타이밍이 잘 맞았다는 생각이다. 2년 전의 나에게 이 책은 맞지 않았을 거고, 2년 후에 내가 이 책을 읽었어도 지금처럼 공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글로만 보면 그렇다. 직접 만나보는 않았으니까. 저자는 적어도 삶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있다. 그리고 삶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소중함을 계속 이어가려는 마음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비정한 자본주의를 사는 비정한 늑대 같은 면도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 비율의 배합이 문제일 뿐. 그런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저자의 비율 배합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를 철저히 계산하며 움직이는 지식 노동자로 사는 동시에 한 줄기 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기쁨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 안에는 모순 되는 부분이 많다. 한 쪽에서는 삶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한 쪽에서는 고객만족과 조직사회를 이야기한다. 이 부분을 욕하는 독자도 있다. 왜 책에 이렇게 일관성이 없고 왔다 갔다 하냐고. 저자의 편을 든다면 나는 그 독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그런 적이 없냐고. 언제나 일관된 방식으로 삶을 살아왔냐고. 나는 저자의 이중적인 태도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사람의 이중성을 본다. 그가 이겨내야 했던 수많은 경쟁과 그를 절망시켰을 수많은 순간들. 그는 그 순간들을 이겨냈고, 그 힘든 순간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했다는 나의 추측이다. 책 한권 읽고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나는데 어떡하라구.
#4 책총평
이 책의 1, 2부는 누가 읽어도 괜찮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에 비해 3, 4부로 갈수록 저자의 인생관과 경영 마인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3부와 4부는 책을 읽는 독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것 같다. 다만 '책읽기'에 대한 책인 양 제목을 지어놓고 인생관 강변하는 저자는 혼나야 된다.-_- 그 덕분에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됐지만.
게다가 저자의 글 솜씨는 엉망이다. 아마추어 냄새가 풀풀 나며 지식의 깊이가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다. 사실관계에 있어서도 섬세한 논증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나에겐 인상 깊었다. 나보다 15년쯤의 인생선배와 이런 저런 진솔한 대화를 나눈 느낌이었다. 특히 책을 좋아하는 저자이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있었다. 주위에 많은 인생선배가 있지만 슬프게도 책을 좋아하는 인생선배는 별로 없는 터라.
자. 결론이 뭐냐. 그래서 이 책을 읽으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솔직히 별로 좋은 책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읽으면서 나처럼 이 책에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쁘지 않은 책이다. 한 문장. 한 문장. 인생이 녹아있는 문장과 행간에 들어가 있는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면서 책을 읽기를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
# by | 2008/10/25 23:39 | 책느낌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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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제 입장에서 보면 꽤 괜찮았던 책으로 기억합니다 이글루스에서 같은 책 읽은분을 보니 왠지 반갑기도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네요